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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리>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2) 본문
◎ 3장. 무역의 고통
◆ 경제학자들은 주로 무역의 '이득'을 이야기한다. 자유 무역이 당사국 모두에 득이 된다는 개념은 현대 경제학의 가장 오래된 공리 중 하나다. 그런데 경제학계의 사고방식과 문화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경제학자들이 종종 잊곤 하지만, '자유 무역은 좋은 것이다'라는 주장이 꼭 그렇게 '자명한' 것은 아니다.
◆ 어떤 재화는 생산하는 데 자본보다 노동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하고 어떤 재화는 노동보다 자본이 더 필요하다. 노동이 풍부한 나라는 노동 집약적인 제품에 특화하고 자본 집약적인 분야에서는 철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나라에서는 무역을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노동에 대한 수요가 늘고, 따라서 임금이 올라간다. 이와 반대로 자본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무역을 하게 되면 자본의 가격이 올라가고 임금이 내려간다.
◆ 노동이 풍부한 나라는 가난한 나라인 경우가 많고 대체로 노동자가 자본가보다 더 가난하므로, 무역 자유화는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 나라의 불평등을 감소시킨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반대로 노동자가 손해를 보고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이 득을 보기 때문에 불평등이 증가한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 '국가 간' 비교만으로 무역의 영향에 대해 확실한 무언가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경제 성장과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주 많으며 무역은 그 많은 재료 중 하나일 뿐이다. 또 무역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국가 내'의 영향을 분석한 몇몇 흥미로운 연구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말하는 무역의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 인도에는 600개가 넘는 지구(district)가 있고 각 지구마다 주요 산업이 크게 다르다. 가령 어떤 곳은 농업 지역이고 어떤 곳은 철강 공장이나 직물 공장이 주된 산업이다. 그리고 산업마다 무역 자유화의 영향을 다르게 받았으므로 지구마다 주력 산업에서 관세가 인하된 정도도 매우 달랐다. 이 지표를 가지고 토팔로바는 무역 자유화 조치가 도입된 1991년 이전과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았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빈곤율이 급격히 줄었다. 국가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지만, 지구별로 보면 무역 자유화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은 지구에서는 빈곤의 감소가 더 느리게 일어났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암시하는 것과 달리, 무역에 더 많이 노출된 지구일수록 빈곤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느렸다.
◆ 토팔로바 본인이 매우 신경써서 강조했듯이, 그는 그 논문에서 누군가가 무역 자유화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또한 토팔로바는 무역 때문에 인도 경제 전체적으로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단지 무역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곳에서 다른 곳들에 비해 불평등이 심해졌다고 말했을 뿐이다.
◆ 무역 자유화에 더 강하게 노출된 지역과 덜 노출된 지역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토팔로바의 발견은 자원이 그리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자원(노동력 또는 자본)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모든 곳의 임금이 동일해지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많은 연구가 무역으로 자원의 재배분이 이뤄진다는 가설에 대해 실증 근거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 경제에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경직성이 존재한다면, 해외에서 경쟁이 격화되리라는 안 좋은 소식이 있을 때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원을 차선의 사용처로 옮기기보다는 꼼짝 않고 버티면서 문제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려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 (인도)무역 자유화로 타격이 컸던 지역에서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한 같은 지역 내에서 기업 간에 자원이 이동하는 것도 매우 느렸다. 더 놀랍게도 같은 기업 안에서도 그랬다. 인도의 많은 기업이 하나 이상의 제품을 생산한다. 따라서 무역 자유화가 이뤄지면 기업들이 싼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제품은 생산을 중단하고 무역 자유화가 되어도 덜 불리한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제품 구성을 합리화하리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노동법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같은 기업 내에서 재배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팔로바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창조적 파괴"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기업들은 한물 간 제품도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 아마도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을 재교육하고 새로운 기계를 구매하고 설치해야 하는 등의 이행 비용이 너무 크리라고 예상해서였을 것이다.
◆ 평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국제 무역이 단지 제품 가격, 좋은 아이디어, 낮은 관세 장벽, 값싼 운송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평판이 없는 상태로 시작해야 하는 신규 행위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시장을 점유하기는 매우 어렵다. 여기에 노동의 경직성까지 고려하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기초하고 있는 '노동과 자본이 쉽게 이동할 수 있고 거기에서 자유 무역의 이득이 발생한다'는 가정은 현실에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 무너지기 쉽고 상호 연결된 평판의 세계에서, 이를 극복하기에 좋은 방법 하나는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선 기업 모두가 그 클러스터가 가진 평판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 여기에서 생길 수 있는 단점 하나는 무역 충격이 훨씬 더 심각하게 닥치 수 있다는 점이다. 모여있는 모든 기업이 한꺼번에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 미국은 무역에 개방되어 있지만 미국의 수입품 소비 비중(8퍼센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따라서 무역이 미국에 주는 이득도 그리 클 수 없다. 반면에 작은 개방 경제인 벨기에는 수입품 소비 비중이 30퍼센트가 넘는다. 따라서 이곳은 무역이 훨씬 더 중요하다.
◆ 미국이나 중국처럼 규모가 큰 경제는 자국 내 어딘가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상당히 효율적으로 생산할 만한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또 국내 시장 규모가 커서 국내 기업들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생산을 해도 국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다. 즉, 무역을 하지 않아도 잃을 것이 비교적 많지 않다.
◆ 무역은 기술과 자본이 희소한, 규모가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더 중요하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동부 유럽 등지가 그렇다. 또 이들 나라는 소득이 낮고 인구가 적으므로 국내 수요만으로는 자동차나 철강 산업 등에서 적정한 생산 규모를 유지할 수가 없다. 불행히도 바로 이러한 나라들이 국제 시장에 진입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최종 재화와 중간재 모두, 운송 수단이 열악하면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비용상의 장점이 상쇄된다. 이런 면에서, 국내 시장의 연결을 향상시키면 국제 시장에 통합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과거의 인도, 가난한 국가 등)
◆ 무역이 그렇게 장밋빛은 아니라는 이유. 첫째, 미국처럼 규모가 큰 경제에서는 교역의 이득이 꽤 작다. 둘째, 잠재적으로 교역의 이득이 클 수 있는 소규모 국가나 더 가난한 국가에서도 교역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무역 장벽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이전에 고립되었던 국가들이 새로이 국제 시장에 진입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교역이 자유화되었다고 '선언'하는 것은 경제 성장과 개발을 불러오는 묘약이 아니고, 심지어 교역을 불러오는 묘약도 아닐 수 있다. 셋째, 교역의 이득을 재분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교역의 피해자들은 상당히 많은 고통을 받았고, 계속 고통받고 있다.
◆ 종합하면 국가 간에 재화, 사람, 아이디어, 문화를 교환하면 세계는 매우 부유해질 수 있다. 실제로, 딱 맞는 곳에서 딱 맞는 시점에 딱 맞는 기술과 딱 맞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던 운 좋은 사람들은 부유해졌고, 때로는 아주 많이 부유해졌으며, 자신의 역량을 전 세계적인 규모에서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의 경험은 좋지만은 않았다. 사라진 일자리는 대체되지 않았다. 교역은 일자리가 어느 곳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생겨나는 등의 불안정한 세계를 불러왔다. 교역의 이득과 고통은 매우 불균등하게 배분되었고, 이는 오늘날 명백한 역습을 가하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무역이 초래한 고통은 오늘날 정치판을 뒤흔드는 핵심 이슈가 되었다.
◆ 그렇다면 보호 관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미국에 1차적으로 미칠 영향은 농업 및 관련 분야의 일자리 감소일 가능성이 크다. 앨라배마와 루이지애나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10개 주에 속하는데, 무역 전쟁은 이곳의 노동자들을 버스 밖으로 내던져 버리게 될 것이다.
◆ 미국 입장에서 말하자면, 무역 전쟁이 우리가 아는 세계를 끝장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철강분야의 일자리를 일부 지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다른 분야에서 막대한 피해를 새로이 초래할 것이다. '미국 경제'는 괜찮겠지만 수십만명의 '미국 사람들'은 괜찮지 않을 것이다.
◆ 교역과 관련해 주된 문제는, 교역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패자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 가는 것을 도움으로써 패자의 수를 줄이거나 그들에게 손실을 더 잘 보상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 무역조정지원(TAA) 프로그램 : 실직한 노동자들에게 재훈련 비용 지원, 재훈련 받는 조건으로 실업급여 지급
◆ 나이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무역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보조금 지급
◆ 핵심은 변화해야만 하는 것, 이동해야만 하는 것, 좋은 삶과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버려야만 하는 것이 일으키는 고통에 눈감지 말고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Comment
- 내가 읽는 첫 경제학 책인 것 같은데,
- 역시 경제학이란 것이 어렵긴 한가보다.
- 읽으면서 눈이 자연스레 감긴다 ㅋㅋㅋㅋㅋ
- 책을 던져버릴 뻔한 것을 여러번 참고
- 드디어 3장까지는 다 읽었다. (555page 중 174page 읽음 ㅎㅎ)
- 3장은 무역이 주된 주제였는데,
- 내가 몰랐던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 그 중에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자본의 경직성'이었다.
- 이 장의 모든 내용이 이 "경직성"이라는 것을 기본 베이스로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 내가 무역 관련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 이러한 내용들은 무역 뿐만이 아니라
- 다른 업무나 사업? 등을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듯 하다.
-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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